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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드스트림 테러...
과연 누가 저질렀는가?
여기에 대한 단서는 거의 없죠.
일반적으로 최대 수혜자가 범인일 거라는 추측에 따라 용의자를 대충 걸러보자면 이렇습니다.
1. 미국
러시아나 친러 하시는 분들이 용의자로 밀고 있는 게 미국인데
미국이라 보기엔 이상한점이 몇 가지 있습니다.
미국은 최근 들어 여러차례 노드스트림에 대한 테러를 경고해왔습니다.
특히 이번 테러 2주전에는 CIA가 공식적으로 독일에 노드스트림에 테러가 있을 수 있으니 경계를 강화하라고 알려줍니다.
범인이 미국이라면 잘 이해가 안가는 행동이죠.
더구나 노드스트림이 사라지는 게 반드시 미국에게 유리한 건 아닙니다.
최근 셰일가스 증산과 관련해 업체들을 압박하는 카드로 사용하고 있던 게 노드스트림이고,
러시아의 협상용 당근으로도 노드스트림이 존재하는 게 적어도 현재는 필요하죠.
다만 장기적으로는 노드스트림이 사라지는 게 무조건 미국에게 유리하긴 합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봤을 때 겨울을 앞둔 연료시장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더하는 무리수를 두는 게
지금 당장 필요한가는 물음표가 붙죠.
만약 이번 폭발이 내년 봄에 일어났다면???
아마 범인은 백퍼 미국일 겁니다.
다만 지금은 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미국이 했다면 공격 가능한 유일한 시나리오는 잠수함을 보냈을 것입니다.
심해 폭발이 작전이 가능한 건 현재 시울프급 잠수함 단 한 척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렇다면 발트해 내부까지 인근 국가들의 모든 대잠 자산을 속이고
여기까지 잠수함을 밀어넣는 상당히 어렵고 정치적인 리스크가 큰 작전을 해야 했다는 겁니다.
발트해는 러시아의 발트함대 남하를 막기 위해 꽤 많은 대잠 자산이 촘촘히 배치되어 있는 지역입니다.
잠수함이 작전하기에 썩 유리한 지형도 아니고요.
거길 일부러 경계하라고 경고한 후 작전을 하러 들어간다는 건?
그런 바보 천치는 없다고 봅니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건 적어도 미국은 누가 범인인지 알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런 미국이 현재 이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죠.
2. 러시아.
영국과 EU가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는 건 러시아죠.
단기적으로 러시아가 테러를 저질렀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있긴 합니다.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하고 유럽에 대한 연료 압박을 더해서 시장 가격을 폭등시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독일이 노드스트림2에 대한 승인을 하지 않아 어치피 가동 불가했으므로
4개중 3개의 관만 파괴해 압박용으로 썼을 수 있습니다.
또 하나, 러시아가 범인일 가능성 높은 이유는 비교적 용의자들 중 가스관에 대한 테러를 했을 때
기술적 난이도가 가장 낮다는 점이 있습니다.
즉, 관 끝을 러시아가 관리하고 있기에 관 내부로 폭발물을 무인 차량으로 보내 설치했다면
기술적으로 가장 쉽게 폭파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발트해 내부에 가장 많은 잠수함을 보유한 것도 러시아며
그 중 한 척은 심해 작업에 특화되어 있죠.
마지막으로 인근 해역에서 초계중이던 러시아 함도 있었습니다.
가장 사고지점에서 가까운 곳에 군사 자산이 있던 게 러시아였죠.
하지만 이렇게 얻는 이득에 비해 장기적인 손실이 너무 큽니다.
유럽에 대한 자원줄을 가지고 흔드는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하는 거니까요.
물론 러시아 범인론을 미는 쪽은 이번 우러 전쟁을 둘러싸고
러시아가 너무나 불합리하고 몰상식한 결정을 많이 내렸으므로
이번 역시 푸틴의 독단이었을 거라 주장합니다.
정치적으로 보자면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는 아닌데, 아무리 그래도 ......
마지막으로 폭파된 가스관을 아직도 잠그지 않고 있는 것도 용의자로 꼽히는 이유죠.
그럼에도 만약 정상 국가라면 상식적으로 노드스트림에 대한 테러를 러시아가 했을리는 없습니다.
3. 발틱 가스관 소유국들.
의외로 이번 테러의 수해자는 발틱 가스관 연합체들입니다.
사실 덴마크가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로 계속 반대를 해서 지지부진하다가 이번 전쟁으로 개통 허가가 났는데
북해 유전에서 내려오는 유로파이프2의 지선으로 폴란드에서 갈라져 발트 삼국과 동유럽국가들의 가스공급을 가능하게 해주죠.
올겨울 첫 가동 예정입니다.
사실 이 가스관의 유일한 단점은 노드스트림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없다는 것인데
이렇게 노드스트림이 폭파되면 갑자기 유일한 대안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문제는 이 발틱 가스관과 이어진 나라(핀란드, 발트3국, 폴란드, 슬로바키아 정도)들이 테러를 일으킬만한 역량이 있냐인데
군사력이 좀 되는 폴란드를 제외하고는 매우 물음표가 붙는데다가
그나마 폴란드 조차도 해양 군사 능력에 대해서는 어디 내새울 입장이 아니라서 용의선상에 올리기는 좀 그렇네요
4. 북해 유전 주인 노르웨이?
네. 발틱 파이프가 최대 수해자라면 이 파이프에 가스를 공급하는 나라를 빼놓을 수 없겠죠.
사실 경제적인 실익으로 용의자를 찾는다면 1번 아닐까 합니다.
가스값 비싸기로 유명한 이 북해 유전이 올겨울 유일한 유럽의 가스 젖줄이 된 셈이라
사실 진짜 꿀빠는 건 노르웨이가 아닐까 합니다.
유로파이프1,2와 발틱 파이프 모두 노르웨이 겁니다.
더구나 노르웨이는 장보고급과 동형 잠수함까지 소유하고 있죠.
독일에서 사온 겁니다.
이 시리즈가 조용하기로 악명이 높죠.
스펙이 장보고급과 유사하다 치면 작전 반경 자체는 넓지만 잠항해서 배터리로 작전할 수 있는 거리는
최대 400해리로 이번에 사고 지점까지 갔다가 간신히 돌아올 수 있을까 말까한 거리라 현실적으로 무리입니다. (가능은 한데 정상적인 판단으로는 이런 대안 없는 무리한 작전을 허가할리 없죠. )
더구나 디젤을 키면 엄청 시끄러워지는지라 미국 잠수함과 같은 딜레마에 빠지는 거죠.
독일과 덴마크의 대잠감시망을 통과해 테러가 가능하냐? 라는 거죠.
그래서 역시 실행 능력에서 매우 물음표가 붙습니다.
5. 독일
의외로 피해자 이미지라 용의자에서 제외되고 있지만
실행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봅니다.
경제적으로, 국가적으로 분명히 손해입니다만, 정치적인 동기는 사실 가장 큽니다.
집권당 입장에서 보면 단기적으로는 러시아와 국민으로부터 오는 양쪽의 정치적인 압박이 해소된 거죠.
그리고 러시아와 같은 이유로 실행 역시 가장 쉽습니다.
실행 역량도 충분하고 말이죠.
음모론 좋아하는 분들이 왜 독일을 용의선상에 올리지 않는지 궁금할 지경입니다.
그리고 유로파이프1,2를 노르웨이와 함께 만들었기에 남부 유럽국가들이 이 북해 가스를 쓴다면
중계료를 삥뜯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노드스트림의 파손을 상쇄할만큼 경제적인 이익이 되진 않겠지만
의외로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노드스트림의 상실이 예상만큼 피해가 크지 않을 수는 있다는 거죠.
장기적으로 보면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해방되는 것이라 의외로 독일의 정치적 이익은 매우 큽니다.
6. 제3의 누군가?
사실 뭐, 어떤 민간 단체나 테러집단이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테러를 일으켰을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또 군사력으로 보자면 미국만큼이나 영국도 실행 능력이 있죠.
근데 민간 단체나 테러집단이라면 지금까지 내 짓이라고 성명문을 발표 안하는 것도 이상하고,
영국도 테러해봐야 연료값 폭등에 영향을 받는 쪽이라 동기가 부족하죠.
뭐, 종합해보면 ....동기를 가진 국가들은 여러분의 예상보다 많다는 겁니다.
만약 그들 나라중 하나가 가스관을 폭발시킬 우리가 예상못하는 기상천외한 방법을 찾아냈다면 ....
개인적인 판단으로 이 사건에 대한 진상이 끝내 밝혀지지 않거나 매우 긴 시간이 (미국의 CIA기밀 문서 해제 시간이 얼마였죠?)이 필요할 거라 생각합니다.
참 때마침 시기가 기묘해서 누굴 범인이라고 꼭 찝어 말하기 애매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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